AI 반도체의 세계는 거대한 제국과 새로운 도전자의 무대다.
한쪽에는 이미 왕좌를 차지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한국에서 치열하게 성문을 두드리는 퓨리오사 AI의 백준호대표가 있다.
둘은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같은 지평선 위에서 달리고 있다.
1. 젠슨 황 — 이민자 소년, 제국을 세우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난 소년은 미국으로 건너가 낯선 언어와 규칙 속에 적응했다.
기숙학교의 설거지와 청소, 더딘 영어. 그러나 전자부품을 만지는 순간만큼은 세상이 분명해졌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택한 그는 1993년 두 동료와 함께 작은 회사를 세운다.
이름은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그래픽 칩은 게임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래픽 연산을 위한 병렬처리가 언젠가 인공지능의 심장이 될 것임을 집요하게 믿었다.
그 확신 위에 GPU 생태계를 올리고, 소프트웨어 스택을 다지고, 개발자 공동체를 키웠다.
오늘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표준처럼 불린다.
무대 위 검은 가죽 재킷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발표장은 록 콘서트처럼 웅성거린다.
사람들은 그를 ‘AI의 황제’라고 부른다.
2. 백준호대표 — 한국에서 울린 도전의 함성
백준호대표는 국내 대학(카이스트 전산학과, 서울대 대학원)과 글로벌 IT 현장을 거쳐 2017년 퓨리오사 AI를 세웠다.
한국 반도체가 메모리에서는 최강이지만, 시스템 반도체—특히 AI용—는 비어 있다는 문제의식이 그의 추진력이었다. “
왜 한국에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없을까?” 대답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길을 내는 쪽을 택했다.
초창기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엔비디아가 다 한다.” 하지만 팀은 밤을 줄였다.
그리고 2021년, 자체 개발한 추론용 NPU ‘Warboy’를 공개한다. 국제 벤치마크에 성적표가 걸리자 업계는 술렁였다.
작은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최강자의 목덜미에 손을 댔다. 규모는 비교 불가지만, 방향은 분명했다—“한국형 AI 반도체도 통한다.”
3. 긴장감 속의 교차
공식적으로 두 사람이 직접 만났다는 기록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늘 같은 문장에 오른다.
한쪽은 제국을 다지고,
다른 한쪽은 새로운 공성전을 설계한다.
흥미로운 공통점은 둘 다 기술자이자 비전가라는 점이다.
젠슨 황은 말한다. “GPU는 미래의 슈퍼컴퓨터다.” 표준화, 범용화, 생태계 장악의 언어다.
백준호대표는 다르게 말한다. “AI 반도체는 결국 맞춤형·특화형으로 진화한다.”
차별화, 효율화, 틈의 언어다. 방향은 다르지만, 둘 다 미래를 정면으로 가리킨다.
4. 짧고 선명한 일화
한 발표장에서 젠슨 황은 청중의 질문에 미소 지었다.
“왜 굳이 GPU여야 합니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Because it scales.” 한 문장으로 관객을 설득했다.
더 많은 연산을 더 많은 코어로, 더 넓은 생태계와 함께. 이후 그 한 문장은 개발자들의 농담이자 신념이 되었다.
반면 푸리오사의 한 새벽. 전력 효율을 1%라도 더 짜내기 위해 팀은 연산 스케줄러를 갈아엎고 있었다.
“여기서 1%는 클라우드에서는 비용이고, 엣지에서는 배터리야.”
새벽 다섯 시, 시뮬레이터 그래프가 미세하게 꺾이는 순간, 누군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됐다.” 누구도 함성을 지르지 않았지만, 그 조용한 미소가 팀의 연료가 되었다.
5. 젠슨 황과 백준호대표
구분 | 젠슨 황 (NVIDIA) | 백준호대표 (FuriosaAI) |
---|---|---|
출발점 | 1993년 창업, GPU 중심 전략 | 2017년 창업, 추론 특화 NPU |
핵심 메시지 | “GPU = 미래의 슈퍼컴퓨터” | “AI 칩 = 맞춤형·특화형으로” |
강점 | 범용성, 생태계, 소프트웨어 스택 | 효율성, 특정 워크로드 최적화 |
상징적 장면 | 가죽 재킷 프레젠테이션 | 벤치마크로 존재 증명 |
현재 위치 | AI 반도체 시장의 제국 | 도전과 확장의 초입 |
결론 — 제국과 도전자의 서사
젠슨 황은 이미 전설을 만들었다.
백준호는 전설을 향해 달리고 있다.
둘의 길은 다르지만, 같은 지평을 향한다.
하나는 표준을 두껍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표준의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언젠가 같은 무대에 서게 된다면,
그 장면은 AI 반도체 역사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