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자동차 디자인은 외형을 꾸미는 일을 넘어, 시대정신과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는 언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직선과 비례로 20세기를 재단했고,
피터 슈라이어는 원형과 아이덴티티로 21세기의 얼굴을 만들었다.
1. 조르제토 주지아로 — 직선으로 세계를 재단하다
화가의 꿈을 품고 피아트 면접장에 들어선 소년은 스케치 몇 장으로 운명을 바꿨다.
주지아로의 공식은 단순하다. 쓸모와 비례로 아름다움을 만든다.
장식보다 구조, 유행보다 원리. 그래서 그의 차는 오래간다.
대표작 ① 폭스바겐 골프 1세대 (1974)
- 비례: 짧은 오버행, 거의 수평인 루프, 직선 해치—실내공간 극대화와 안정감 동시 달성.
- 실루엣: 모서리까지 밀린 휠이 “작지만 단단한 덩어리감”을 만든다.
- 면처리: 과도한 캐릭터 라인 없이 큰 면의 긴장으로 반사광을 정돈—담백함이 오래 간다.
- 의미: “해치백의 원형” 정립. ‘골프 스타일’은 보편 언어가 되었다.
대표작 ② 로터스 에스프리 (1976)
- 웨지(쐐기) 스타일: 낮은 노즈와 예리한 숄더가 정지에서도 속도를 말한다.
- 공력·조형의 합: 얕은 개구부·평평한 상판—기능이 곧 장식이 되는 순간.
- 문화적 상징: 제임스 본드의 화면 속에서 “직선의 드라마”를 대중에게 각인.
“좋은 디자인은 기능과 비례에서 나온다. 그래서 유행을 타지 않는다.”
2. 피터 슈라이어 — 원과 ‘브랜드의 얼굴’
음악을 사랑하던 청년은 바우하우스의 질서를 자동차로 번역했다.
슈라이어의 무기는 원형 모티프와 아이덴티티, 그리고 시스템이다.
대표작 ① 아우디 TT 1세대 (1998)
- 모티프 일관성: 반원형 루프, 원형 헤드램프·연료캡·송풍구—하나의 도형이 차 안팎을 관통.
- 덩어리감: 매끈한 대형 면과 짧은 오버행으로 “금속 조각” 같은 통일감.
- 진화: 고속 안정성 위해 얕은 리어 스포일러 추가—순수성과 엔지니어링의 우아한 타협.
대표작 ② 기아 스팅어 (2017) & ‘타이거 노즈’
- 브랜드 문법: 호랑이 코 그릴로 가족 얼굴 통일—차종이 달라도 인상은 하나.
- 효과: 날렵한 헤드램프·낮은 자세·간결한 캐릭터 라인으로 “자신감 있는 한국차” 상징.
- 전략: 모델을 넘어서 브랜드 전체의 일관성을 설계—디자인이 곧 기업 전략임을 증명.
“가장 단순한 형태가 가장 강하다. 원은 그 단순함의 완성이다.”
3. 디자인 해부 — 형식보다 원리
- 비례: 첫인상의 7할. 낮은 차고·짧은 오버행·넓은 트랙은 시대를 넘어 통용.
- 실루엣: 멀리서도 알아보는 외곽선—골프의 직사각형, TT의 반원.
- 면처리: 라인보다 큰 면의 긴장. 반사광이 조형을 말하게 하라.
- 그래픽: 라이트·그릴·벤트의 반복이 브랜드 문장(문법)을 만든다.
- UX/CMF: 손이 먼저 학습하는 스위치, 시각적 가벼움을 주는 소재 배합.
4. 재미있는 대비 — 직선 vs 원
- 골프는 “매일 입는 흰 셔츠”, TT는 “갤러리의 미니멀 작품”.
- 에스프리는 “날카로운 수트를 입은 본드카”, 스팅어는 “호랑이 눈빛의 도전자”.
- 주지아로: 개별 차종의 형태 표준화 — “형태의 거장”.
- 슈라이어: 브랜드 얼굴의 시스템화 — “아이덴티티의 설계자”.
5.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피터 슈라이어
구분 | 조르제토 주지아로 | 피터 슈라이어 |
---|---|---|
대표 차량 | VW 골프 Mk1, 로터스 에스프리 | 아우디 TT(8N), 기아 스팅어 |
핵심 언어 | 직선·비례·큰 면의 장력 | 원형 모티프·질서·패밀리룩 |
설계 초점 | 차종별 기능미와 타임리스 실루엣 | 브랜드 일관성과 인지 가능한 얼굴 |
디자인 포인트 | 짧은 오버행, 정돈된 반사광, 웨지 실루엣 | 반원 루프, 매끈한 대형 면, 타이거 노즈 |
영향력 | 해치백·웨지 스타일의 표준화 | 현대·기아 글로벌 재정의 |
요약 | “형태로 세상을 바꾼 자동차 조각가” | “브랜드 얼굴을 설계한 혁신가” |
6. 왜 지금 봐도 현대적인가..?
두 거장의 공통된 결론은 명확하다.
원리가 유행을 이긴다.
주지아로의 직선과 비례,
슈라이어의 원과 질서는 서로 다른 시대·회사를 넘어 여전히 유효한 설계 도구다.
좋은 자동차 디자인은 처음 본 날과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역사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스트라다무스와 남사고: 시대를 달군 두 예언가 이야기 (38) | 2025.09.20 |
---|---|
이찬진과 빌 게이츠: 청춘의 코드로 미래를 쓰다 (59) | 2025.09.19 |
이세돌과 마그누스 칼슨 - 승부의 본질 & 철학 (69) | 2025.09.17 |
마이클 조던과 이상혁(페이커): 코트와 키보드 위의 전설 (51) | 2025.09.16 |
오스카 쉰들러와 유진 크네즈 - 두 이방인의 선택 (54) | 2025.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