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말, 조선 땅에선 “바다”가 두려움의 대상이자 잊힌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 바다 너머, 누군가는 해군의 가능성을 먼저 보았다.
그 이름은 노백린(盧伯麟). 대한제국의 첫 해군무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그는
“바다가 막히면 나라가 막힌다”는 말을 남겼다.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또 한 사람의 젊은이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될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그 역시 “대포보다 군함이 먼저”라며 미국 해군의 대양 진출을 외쳤다.

1. 샌프란시스코의 조선 청년, 노백린
1895년, 조선은 근대화를 시도하며 미국에 유학생을 보낸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노백린이었다.
미국의 나발학교를 견학하고, 해군사관학교 출신들과 교류하며 그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된다.
“조선이 살 길은 해군을 갖는 것이다.”
돌아온 노백린은 고종 황제에게 해군 창설의 필요성을 강력히 건의한다.
그는 대한제국 최초로 군함 도입 계획서를 작성하고, 수병 양성 교육, 조함소(조선소) 건설, 함대 편제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설계를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왜 해군인가?”라는 질문에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었고, 예산은 육군 중심으로 몰렸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2. 백악관의 해군 전략가, 루스벨트
한편, 미국에서는 젊은 정치인 루스벨트가 해군의 운명을 바꾸고 있었다.
그는 《1812년 해전사》라는 해군 전략서를 집필해 워싱턴 정가를 놀라게 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단순한 무력이 아닌 “해상에서의 국가 경쟁력”이었다.
1897년, 해군차관보가 된 루스벨트는 한 가지 모험을 감행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조그마한 순양함 ‘올림피아’를 전쟁 준비 태세로 바꾸고,
필리핀 마닐라만에서 스페인 함대를 궤멸시킨 **듀이 제독의 기습 공격**을 뒷받침했다.
이는 미국이 **태평양 제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루스벨트는 해군 전략이 외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3. 바다를 통해 나라를 본 두 사람
노백린도 루스벨트도 바다를 단순한 경계선이 아닌, 국가 운명의 무대로 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길은 너무 달랐다.
- 루스벨트는 정치적 영향력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대양 해군’을 현실로 만들었다.
- 노백린은 제국주의의 그림자 아래, 식민지의 청년으로서 **미래의 해군**을 설계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꿈은 좌절됐지만, 이후 광복군 해군, 대한민국 해군의 태동은 노백린이 그려놓은 설계도를 다시 들여다보며 시작됐다.
4. 실제 있었던 일화 – 꿈은 바다를 넘는다
1920년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한쪽 구석에서 노백린은 낡은 도면을 꺼내 보인다.
군함의 구조, 승조원의 배치, 항로 전략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옆에서 이를 바라보던 안창호가 말했다.
“장군, 우린 아직 배도 없고 바다도 없소.”
“하지만 설계도는 있습니다. 우리 바다, 언젠가는 열릴 겁니다.”
그의 말은 결국 현실이 된다.
광복 후 창설된 대한민국 해군의 노백린 함(PC-701)은 그의 이름을 딴 첫 해군 전투함이었고,
그 함선은 6.25 전쟁 당시 부산을 사수하며 살아남았다.
5. 두 사람, 하나의 꿈
출신 | 조선(대한제국) 해군 무관 | 미국 해군차관보, 후에 대통령 |
해군 기여 | 해군 창설 설계 / 인재 양성 / 무장 투쟁 참여 | 해군 현대화 / 대양 해군 추진 / 전략 수립 |
공통점 | 근대 해군의 중요성을 시대보다 먼저 외친 전략가들 | |
차이점 | 제도적 한계와 식민지 현실로 실현 불가 | 국가 권력을 바탕으로 현실화 성공 |
6. 맺으며
루스벨트는 “말은 조용히 하되, 지팡이는 굵게 들어라”라고 말했다.
노백린은 “배는 없지만, 의지는 있다”는 침묵의 실천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 동서양의 바다 위에서 국가를 설계한 해군의 선구자로 나란히 기억될 자격이 있다.
노백린장군님 해양강국 한국 조선의 선구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미국에 두 명의 루스벨트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 프랭클린 루스벨트
먼 친척관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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