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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107

왕건과 송 태조: 무에서 문으로, 바다에서 관료제로 후삼국의 바람이 거칠던 10세기, 송악(개성)의 젊은 무장 왕건은 배를 띄워 물류를 움직이던 상인 집안의 감각으로 전장을 읽었다. 강가의 안개가 걷히면, 그는 항구와 곡창을 잇는 물길에 먼저 깃발을 꽂았다. 같은 세기, 중국 북부의 새벽. 조광윤(송 태조)은 출정을 앞두고 진교(陳橋)에서 군사들에게 황색 비단옷을 입혀져 추대된다. 이른바 진교의 변(960). 그는 즉위하고 북송을 세운다. 공통된 시작점: 분열의 끝을 매듭짓겠다는 결심. 왕건은 바다의 길로, 조광윤은 군의 길로 그 결심을 실행했다. 1. 권력을 잡는 방식: 해상 연합 vs 군권 장악왕건은 정면충돌만 하지 않았다. 혼인동맹과 상인 네트워크, 항구·수로 장악으로 먹고 싸우는 길(보급선)을 먼저 만들었다.공산 전투(927)의 패배 후에도 해.. 2025. 8. 29.
대조영과 장보고: 산맥의 창업자, 바다의 제국상인 천문령의 안개를 가른 발해의 건국 군주 대조영과,청해진에서 동아시아 바닷길을 묶은 장보고의 만남 1. 안개 낀 천문령, 돌아갈 땅을 내가 만든다 고구려가 무너진 뒤, 북방의 숲과 습지로 흩어진 유민들. 그들 앞에서 대조영은 말합니다. “남이 만든 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우리가 새 나라를 만든다.” 추격군이 뒤를 쫓던 천문령. 새벽안개가 길을 삼키던 순간, 그는 말갈 세력과 고구려 유민을 추슬러 반격을 준비합니다. 안개가 걷히자 보인 건 적의 등 뒤와, 앞으로 나아갈 길이었습니다. 그 승전의 여세로 698년 발해가 세워집니다. 산맥을 등에 지고 강과 바다로 뻗어 간, 다민족의 새 질서였지요. 2. 파도 위의 관문, 청해진의 장부를 펼치다 장보고는 바닷길이 곧 정치의 길임을 알았.. 2025. 8. 28.
세조와 이승만: 권력과 제도의 두 얼굴 1. 어린 군주와 격동의 한반도 1452년, 열두 살의 단종이 왕위에 오릅니다. 그러나 국정은 어린 왕의 손에 쥐어지기엔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 곁의 삼촌 수양대군은 결국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고, 역사는 그를 세조라 부릅니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첫 대통령 선거가 열리고 이승만이 당선됩니다. 해방, 분단, 전쟁의 먹구름이 겹치던 시기였습니다. 그는 미국 유학파이자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강력한 반공 의지를 앞세운 지도자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격변기에 권력을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 권력 장악의 방식 세조는 계유정난(1453)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실권을 쥡니다. 단종은 폐위되어 비극적 최후를 맞았고, 세조는 냉혹한 권력가의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이승만은 .. 2025. 8. 27.
방정환과 안데르센: 아이들을 위한 두 길 서울 종로의 어느 봄날, 1923년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이 공원에 모여들었다. 그 앞에서 젊은 청년이 힘 있게 외쳤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우러러보아야 합니다!”청년의 이름은 방정환. 스물넷의 나이로 ‘아이를 존엄한 사람’으로 부르던 그는, 그날 한국 사회의 오래된 습관을 뒤집었다. 1. 덴마크의 가난한 소년, 이야기의 불꽃한 세기쯤 앞선 북쪽의 도시 오덴세. 구두 수선공의 아들과 세탁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 소년은, 늘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지냈다.그러나 밤이 오면 다른 세계가 시작되었다. 헌 옷가지와 나무 조각으로 꾸민 작은 무대 위에서, 소년은 인형극을 펼쳤다. 현실은 비좁았지만 상상력은 넓었다.훗날 그는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엄지 공주』, 『미운 오리 새끼』를 .. 2025. 8. 26.
조셉 필라테스 vs 레이 크록 – 건강을 지킨 남자, 건강을 위협한 남자 1. 병약한 소년에서 건강 철학자로 – 조셉 필라테스1883년 독일에서 태어난 조셉 필라테스는 어린 시절 천식과 관절염으로 늘 고통을 겪었습니다.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요가, 권투, 체조 등을 독학하며 몸과 정신을 단련했습니다.1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갇힌 그는 병사들을 돕기 위해 침대에 스프링을 달아 운동 기구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필라테스 리포머의 시초가 되었습니다.전쟁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무용가와 발레리나들의 재활을 돕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그의 운동법은 단순한 근력 강화가 아니라 “호흡, 정신, 몸의 조화”라는 철학이 담겨 있었고, 이 덕분에 필라테스는 오늘날 전 세계인의 웰빙과 재활 운동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는 1967년 8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건강한 몸으로 .. 2025. 8. 21.
장기려박사와 로널드 피셔 – 데이터를 통해 생명을 지킨 두 사람 현장에서 환자를 살린 의사와, 실험을 과학으로 만든 통계학자. 서로 만나지 않았지만,두 사람은 같은 신념을 공유했다. 정확한 데이터가 생명을 구한다는 믿음이다. 1. 의사가 된 데이터 분석가1950년대 초,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부산 영도. 피난민 천막촌 사이로 허름한 병원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그 병원의 문을 열면, 흰 가운 대신 낡은 셔츠를 입은 의사가 환자를 맞았다. 그는 바로 장기려 박사였다.가난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이 줄을 섰지만, 장기려는 진료를 멈추지 않았다. 진료실 구석에는 작은 동전함이 놓여 있었고,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마음 닿는 만큼만 넣으세요.”이 작은 통은 훗날 지역 기반 상호부조 모델인 청십자 의료보험으로 발전하며, 의료의 문턱을 낮추는 씨앗이 된다. 장기려.. 202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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