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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86

직지심경과 구텐베르크 성서 – 활자에 새긴 진리의 길 1445년경, 독일 마인츠의 인쇄소. 요한 구텐베르크는 단단한 납과 주석, 그리고 낡은 포도주 프레스를 개조해 세상에 없던 책 한 권을 찍어낸다.“성경을 읽을 수 없는 이들에게도 말씀을 전하자.” 그보다 78년 앞선 1377년, 고려 청주 흥덕사에서는 이보다 더 놀라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불교 경전 『직지심경』을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진리는 붓이 아닌, 쇳덩이 위에도 새겨질 수 있다.”1. 직지심경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줄여서 ‘직지’. 이 책은 고려 우왕 3년(1377),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 내용은 불교의 핵심을 요약한 수행 지침서다.놀라운 점은 이것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것. 구텐베르크 성경보.. 2025. 7. 14.
정몽주와 토머스 모어 – 신념을 지킨 두 지성 "이 봄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나는 국왕에게 충성했지만, 먼저는 신과 양심에 충성했습니다.”어느 날, 고려의 선죽교 위에서 한 남자가 칼에 쓰러졌습니다.500년 뒤, 런던의 단두대 위에서도 또 한 남자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정몽주, 그리고 토머스 모어. 시대를 초월해 마주 선 두 사람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지킬 게 있다면, 목숨쯤은 별 거 아니다.” 1. 충절의 아이콘, 고려의 정몽주정몽주는 고려 말 최고의 성리학자였습니다. 외교, 시문, 정치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형 엘리트’였죠.그러던 어느 날, 급변하는 고려 말.이성계와 이방원이 새 왕조를 꿈꾸며 정몽주를 회유합니다.이방원의 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정몽주의 답: “이 몸이 죽고.. 2025. 7. 13.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장영실, 시대를 앞선 손을 가진 남자들 15세기 유럽.한 젊은이는 새의 날갯짓을 관찰하며, 사람이 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해부도, 수차(水車), 비행기계까지.그는 예술가이자 과학자였고, 발명가이자 철학자였다.그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같은 시대, 조선의 한 농민 출신 남자는물시계, 자격루, 측우기, 해시계 같은 하늘과 땅을 읽는 기계를 만들고 있었다.신분을 뛰어넘어 조선 과학기술의 꽃을 피운 장영실. 그 역시 사람을 위해 과학을 만든 손이었다.‘기계를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본 시선’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1. 장영실: 하늘을 측정하고 백성을 돕다장영실은 출신부터가 전설적이다.노비 출신이었지만, 천부적인 기계 감각을 인정받아 세종에게 발탁되었다. “과학은 백성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그가 만든 자격루는 물이 일정하.. 2025. 7. 12.
함석헌과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혁명- 씨알과 드림 1965년 서울의 한 감옥. 비좁은 독방에 앉아있던 함석헌 선생은 감방 벽에 손톱으로...‘씨알은 죽지 않는다’는 글귀를 새기고 있었습니다. 유신 독재에 맞서 펜으로 저항했던 죄로 그는 또다시 투옥된 상태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 전, 1963년 워싱턴 DC의링컨 기념관 앞. 수십만 명의 군중 앞에서 “I have a dream”을 외치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목소리는 전 세계를 울렸습니다. 그의 꿈은 인종을 초월한 자유와 평등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서로 닿지 않은 곳에서 똑같은 원칙을 붙들고 있었습니다.그것은 바로 비폭력과 신념의 저항이었습니다. 1. 민중을 씨알이라 부른 사상가함석헌은 1901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역사 교육을 배웠고, 무교회주의의 사상가 우치.. 2025. 7. 11.
이중환과 마크 저커버그, 데이터를 좇은 남자들 "살만한 땅이 어디인가요/" “요즘 살기 좋은 곳이 어딘가요?”이 질문은 18세기 조선에도, 21세기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똑같이 울려 퍼졌습니다.어떤 이는 말과 소를 몰고 전국을 누비며 답읗 찾았고,어떤 이는 키보드 위에서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인의 삶을 바꿔놓았죠. 바로 이중환과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입니다. 1. 땅 위를 걸으며 데이터를 모은 남자, 이중환조선 영조 시기, 이중환은 관직에서 물러난 뒤 홀연히 전국을 돌아다닙니다.그는 귀족도, 상민도 아닌 중인 계급 출신으로, 조선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죠.그는 묻습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그는 단순한 지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땅의 생김새, 물길의 흐름, 사람들의 인심, 물가, 학문의 수준, 병이 얼마나 퍼.. 2025. 7. 8.
김마리아와 말라라 유사프자이 이야기 - 책 한 권이 세상을 바꾼다.! 조용한 새벽, 책상 위에 펜 하나와 교과서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누군가에겐 당연한 이 풍경이, 누군가에겐 생명을 걸고 지켜야 했던 꿈이었다면 믿기시나요?100년 전 조선, 그리고 현재의 파키스탄.이 두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여자라서 배울 수 없었던 시대에, 배우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죠.김마리아와 말라라 유사프자이입니다. 1. 불꽃처럼 살다 — 김마리아의 이야기1919년 3월 1일. 서울 정동.총칼로 둘러싸인 조선총독부 앞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여성 유학생 리더가 있었습니다.그녀는 이화학당 출신으로, 일본에서 유학하며 조선유학생회를 만들고, 3.1운동을 조직한 인물, 바로 김마리아였습니다.그녀는 체포되자마자 고문실로 끌려갔습니다.무려 8시간 동안 채찍과 고문..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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