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배고픈 이웃을 위해 쌀을 퍼주었고,
또 한 사람 나라 없는 시대에 붓 대신 목숨을 걸었습니다.
시대도, 성별도, 방식도 달랐지만 이들이 남긴
공통된 이름은 단 하나,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습니다.

1. 제주 여상인 김만덕, 재산을 쏟아부은 이유
1795년, 제주에 큰 기근이 닥쳤습니다. 논밭은 말라붙고, 굶주림은 아이의 울음마저 멎게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관아는 속수무책이었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때, 한 여인이 조용히 관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제 쌀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녀는 김만덕, 평민 신분의 상인이자, 자신만의 손으로 재산을 일군 제주 최고의 부자였습니다.
어려운 삶 끝에 객주와 숙박업으로 부를 축적한 그녀는, 아무도 나서지 않던 그 순간,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굶주린 백성에게 내놓았습니다.
조정은 놀랐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인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던 시대. 그 여인이 수많은 목숨을 살렸습니다.
정조대왕은 그녀를 특별히 한양으로 불러 포상하고, 조선 왕조 역사에 ‘여인 김만덕’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2. 붓을 들고 독립을 외친 선비, 김창숙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1919년 경상도 성주. 일제 치하의 그 땅에서 또 한 사람이 붓을 들고일어났습니다.
유학자 김창숙, 그는 조선의 마지막 선비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서당에 틀어박힌 전통 선비가 아니었습니다.
“선비가 나라가 망했는데도 침묵한다면 그건 배운 자가 아닙니다.”
그는 전국의 유생들을 모아 ‘파리장서 운동’을 벌였습니다. 수천 자의 독립 청원문을 작성해 프랑스 파리 강화회의에 보냈습니다. 그 결과, 일제는 김창숙을 체포해 모진 고문을 했고, 감옥살이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해방 후엔 ‘성균관대학’을 설립해 후학을 길렀고, 마지막까지 “교육이 나라의 뿌리다”라며 강단에 섰습니다.
배운 자의 책임을, 끝까지 지켜낸 삶이었습니다.
3. 같은 길을 다른 방식으로
김만덕이 환자를 위한 병원도, 화려한 궁전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녀가 남긴 나눔은 수천 명의 생명이었고, 이름 없는 백성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김창숙 역시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통령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고, 늘 붓과 책으로 사람을 키우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가 남긴 성균관대학은 지금도 그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만덕은 말했습니다. “내가 굶어봤기에, 굶는 이의 마음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주저 없이 나눴습니다.
김창숙은 말했습니다. “내가 배웠기에, 침묵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총칼 앞에서도 붓을 들었습니다.
한 명은 부자였고, 한 명은 선비였습니다.
한 명은 조선의 섬 제주에서, 또 한 명은 나라를 빼앗긴 육지에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가진 자는, 배운 자는, 먼저 나서야 한다.'
4. 김만덕과 김창숙
시대 | 조선 후기 | 일제강점기~현대 초 |
직업 | 상인 | 유학자, 교육자 |
주요활동 | 기근 구휼, 전 재산 기부 | 파리장서, 독립운동, 교육 설립 |
가치 | 나눔과 공감 | 정의와 책임 |
공통점 |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사회를 위해 사용함 |
5. 오늘 우리가 다시 만나는 이유
두 인물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너는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나눔은 부자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정의는 학자만이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는 것.
그것이 김만덕과 김창숙이 우리에게 남긴 참된 품격입니다.
오늘, 당신도 누군가의 김만덕이고,
누군가에겐 김창숙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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