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5년경, 독일 마인츠의 인쇄소. 요한 구텐베르크는 단단한 납과 주석,
그리고 낡은 포도주 프레스를 개조해 세상에 없던 책 한 권을 찍어낸다.
“성경을 읽을 수 없는 이들에게도 말씀을 전하자.”
그보다 78년 앞선 1377년, 고려 청주 흥덕사에서는 이보다 더 놀라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불교 경전 『직지심경』을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진리는 붓이 아닌, 쇳덩이 위에도 새겨질 수 있다.”

1. 직지심경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줄여서 ‘직지’.
이 책은 고려 우왕 3년(1377),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
내용은 불교의 핵심을 요약한 수행 지침서다.
놀라운 점은 이것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것.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섰다.
이 직지는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1866년 파리 외교관 콜랭 드 플랑시가 조선에서 입수한 것이 오늘날까지 유일한 완본으로 남아 있다.
- 조선에선 외면받은 직지
조선 초, 유교국가로 전환되면서 불교는 억압되었다.
그 과정에서 직지는 더 이상 인쇄되지 않았고, 오랜 세월 동안 ‘잊힌 책’이 되었다.
“깨달음의 길은 숨겨졌지만, 쇠붙이는 말을 잊지 않았다.”
2. 구텐베르크 성서 – 서양 출판 혁명의 시작
15세기 중엽,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와 기계식 인쇄기를 결합했다.
그리고 1455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를 180권 인쇄한다.
이 책은 단순한 성경이 아니었다.
“활자로 찍은 진리”라는 발상은 문자 보급, 종교개혁, 근대 지식 사회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인쇄술은 곧 유럽 전역에 퍼졌고, 수십 년 안에 수백만 권의 책이 인쇄되어
“지식은 귀족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된다.
- 프레스와 포도주
구텐베르크는 포도주 압착기를 개조, 인쇄기를 만들었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가 “지식 생산 속도를 수백 배 끌어올리는 혁명”으로 이어졌다.
3.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공통점
1) 모두 금속활자 기술을 사용했다
2) 종교 텍스트를 인쇄 대상으로 삼았다
3) 지식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4) 한 권의 책이 문명의 방향을 바꿨다**
4. 직지심경 / 성서
출간 연도 | 1377년 (고려) | 1455년 (독일) |
인쇄 방식 | 금속활자 | 금속활자 + 인쇄기 |
내용 | 불교 수행 핵심 요약 | 기독교 성경 (라틴어) |
역사적 영향 | 기술 선구자이지만 영향은 제한적 | 유럽 문명 대전환의 촉매 |
보급 규모 | 매우 적음 | 수백 권 이상 |
5. 마무리 – 왜 직지는 조용했고, 성서는 요란했는가?
기술만 놓고 보면 직지가 앞섰다.
하지만 그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했다.
구텐베르크는 대중과 시장을 의식한 실용적 인쇄였고,
직지는 수행과 내면을 위한 고요한 문자였다.
한 권은 침묵 속에서 진리를 찍었고,
다른 한 권은 소란 속에서 세상을 바꾸었다.
과거에는 지식을 얻는데는 권력에 의한 제한이 있었으나
현재는 AI, 인터넷을 통해 무한 지식을 얻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만들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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