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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

봉준호감독과 조던 필 —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두 감독

by I watch Trends. 2025.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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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감독은 생활의 디테일에서 출발합니다.  문턱, 계단, 비 같은 작은 것들이 장면을 이끌고, 그 위에 구조와 계급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조던 필은 일상의 대화에서 시작합니다. 친절한 농담과 미소를 차분히 확대해 보면, 어느 순간 ‘시선’의 문제와 대표성의 질문이 보입니다.

 

이 글은 두 감독이 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쓰는지, 어떤 장면 설계로 메시지를 전하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천천히 살펴봅니다.

 

1. 집에서 출발 — 반지하/거실/지하(봉)와 응접실/파티/티타임(필).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을 뒤집어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2. 코미디×장르 — 웃음이 방심을 만들고, 방심은 메시지가 들어갈 틈이 됩니다.

3. 스크린 밖 영향력 — 영화 생태계(봉), 대표성과 제작 생태계(필)를 각자 방식으로 넓혀 갑니다.

 

조던 필 / 봉준호감독

 

1. 봉준호감독  ― 사소함에서 구조로

봉준호감독 영화의 사회성은 거창한 연설이 아닌 문턱, 계단, 비, 냄새 같은 사소함에서 시작됩니다.
《기생충》의 수직 이동은 설명 없이도 불평등을 체험하게 하고, 《살인의 추억》은 지방 수사 시스템의 굴절을, 《괴물》은 가족의 동선으로 국가·도시의 무능을 드러냅니다.
《설국열차》는 “칸”이라는 문턱으로 계급을 가시화하지요.

 현장 일화 한장면 

  • “물살이 이렇게 흐르면 신발은 저쪽으로.” — 폭우 장면에서 소품 하나의 궤적까지 감정선과 연결.
  • 복숭아 털의 속도 — 웃음→납득→불편의 1초를 맞추려 가루 양·동선을 수차례 조정.
  • 계단의 치수 — 세트 단계에서 계단 높이·문턱 두께까지 기입. 한 칸의 차이가 곧 위계.

 

스크린 밖 태도

  • 국제영화제 심사·마스터클래스로 설계법 공유, 후배 세대의 작업대를 정돈.
  • 자막의 1인치’ 발언처럼 비영어권 영화의 장벽을 부드럽게 지적.
  • 한국영화 상영 환경·정책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더해 공존하는 생태계를 강조. 조던 필 ― 웃음으로 문을 열고, 시선의 윤리를 묻다

 

2. 조던필 - 말과 시선에서 

필의 사회성은 말과 시선에서 시작합니다.
응접실의 친절한 농담, 찻숟가락의 달그락거림, 파티의 빈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상화의 칼끝을 드러냅니다. 《Get Out》의 Sunken Place는 “우리를 조용히 만들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정의 하나로 제도의 폭력을 체감하게 하고, 《Us》의 도플갱어는 사회가 만든 ‘그림자’ 계층을 형상화합니다.
《Nope》은 보는/보여지는 스펙터클의 윤리를 뒤집어 묻지요.

 현장 일화 한장면 

 

  • 다니엘 칼루야 오디션 — 눈물 한 줄을 고요하게 고정하는 순간 즉시 캐스팅. 최면 장면의 대담한 클로즈업이 가능했던 근거.
  • 사운드의 전환 — 전형적 호러 스코어 대신 합창+저주파 드론으로 응접실의 공기를 뒤집는 소리를 설계.
  • 엔딩의 조정 — 더 냉혹했던 초고를 시사회 후 해방의 여지가 있는 쪽으로 다듬음. 관객 체감까지 계산하는 태도.

 

스크린 밖 태도

  • 제작사 Monkeypaw로 신인·유색인 창작자를 적극 프로듀싱.

클래식 TV 포맷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 대중과 장르의 접점 확대.

  1. 웃음으로 초대 — 장르·유머로 문턱을 낮추고 그 틈으로 메시지를 넣는다.
  2. 공간의 문법 — 집/칸/응접실 같은 생활 공간을 사회 지도로 사용.
  3. 체험으로 설득 — 설명보다 리듬·동선으로 체감하게 한다(봉: 수평/수직 이동, 필: 정면 클로즈업).

 차이점

  1. 의제의 중심 — 봉: 계급·노동·주거 / 필: 인종·시선·대표성
  2. 카메라 습관 — 봉: 옆으로 미끄러져 가장자리를 연다 / 필: 정면에서 응시를 확대
  3. 감정의 마감 — 봉: 웃음 후 서늘한 수렴 / 필: 불편 후 해방의 숨통

 

4. 함께 보면 좋은 ‘더블 빌’

  • 《기생충》 → 《Get Out》 — 집/응접실 미장센과 ‘친절의 폭력’ 비교.
  • 《괴물》 → 《Nope》 — 괴물을 보여주지 않거나 다르게 보여주는 방식.
  • 《설국열차》 → 《Us》 — ‘칸’과 ‘그림자’로 만든 이층 구조의 이야기.

5. 한눈에 비교표

핵심 의제 계급·노동·주거(구조) 인종·시선·대표성(윤리)
공간 사용 반지하–거실–지하의 수직 지도 응접실–파티–티타임의 심리 실험실
연출 리듬 생활 디테일 → 블랙코미디 → 서늘한 수렴 코미디 → 불편 → 전율/해방
카메라/사운드 사이드 무브, 생활음(비·발소리) 정면 클로즈업, 합창+드론의 불협
대표 일화 “물살→신발 궤적”, 복숭아 털, 계단 치수 “Sunken Place” 정의, 칼루야 한 테이크, 엔딩 조정
화면 밖 활동 영화제·강연로 설계법 공유, 상영 환경 발언 Monkeypaw로 신인·다양성 지원, TV 포맷 재해석
남기는 질문 “당신은 어느 층에 서 있나요?” “당신의 시선은 누구의 것인가?”

 
봉준호감독은 사소한 디테일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구조가 드러나게 하고, 
조던 필은 웃음에서 출발해 시선의 윤리와 마주치게 합니다.
 
둘이 만든 길은 같다. 웃음으로 들어와 불편으로 나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