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학은 멀리 있는가, 가까이 있는가?
철학이라 하면 두꺼운 원서와 고전의 어휘가 떠오르지만,
1990년대 이후 철학은 서서히 ‘생활’의 언어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두에 서 있던 두 이름,
영국에서 활동한 알랭 드 보통과 한국의 도울 김용옥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랐지만, 두 사람은 “철학은 삶 속에서 쓰일 때 비로소 살아난다”는 믿음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2. 런던의 한 구석, 사랑을 철학으로 번역하다 — 알랭 드 보통
1993년, 런던의 작은 북숍에서 한 젊은 독자가 책을 덮었습니다.
제목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철학자가 연애를 말하다니?”라는 놀라움은 곧 안도감으로 변했습니다.
책은 설렘과 실망, 기대와 환멸이 오가는 연애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왜 흔들리는지,
그 흔들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천천히 비춰주었습니다.
“내 연애가 실패한 이유를,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이해해줬다.” — 한 독자의 후기처럼 회자된 문장
이후 알랭드 보통은 『불안』, 『철학의 위안』, 『행복의 건축』을 차례로 펴내며 일상의 질문에 철학을 연결했습니다.
직장에서 느끼는 초조함, 관계에서의 오해, 도시가 주는 정서까지—그는 고전을 처방전처럼 꺼내 독자에게 건넸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삶의 학교(The School of Life)’를 세워 강연과 영상으로
“철학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임을 실습처럼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방식은 과장되지 않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해주는 상담가처럼, 독자의 마음이 스스로 정리되도록 질문을 배치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일상의 철학자’이자 ‘심리의 번역가’로 기억합니다.
3. 서울의 강단, 현실을 철학으로 도려내다 — 김용옥
한편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대학 강의 시간표에 ‘도올’이라는 두 글자가 붙으면 강의실 문이 닫히지 못했습니다.
바닥에 앉은 학생들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번졌죠.
어느 날 주제는 『노자와 21세기』. 도올은 노자의 무위(無爲)를 오늘의 권력과 제도, 종교의 위선에 맞붙였습니다.
“이 나라는 노자가 다시 태어나도 부끄러워할 나라다!” — 강의실을 울린 직설
박수가 터졌고, 논쟁이 뒤따랐습니다. 도올의 언어는 교과서 바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노자·공자·불교를 오늘의 정치·역사·종교와 포개어 읽으며, 철학을 상처를 드러내는 메스로 썼습니다.
찬반이 갈렸지만, 그 거칠고 뜨거운 에너지가 대중에게 “철학은 지금-여기에서도 유효하다”는 체감을 선사한 건 분명했습니다.
도올의 강연은 ‘지적인 현장감’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권위를 해체하고, 성역을 의심하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도발적 사상가’이자 ‘각성의 촉매’로 기억합니다.
4. 조용한 위안 vs. 뜨거운 각성
두 사람의 방식은 물과 불처럼 대비됩니다. 드 보통은 잔잔한 호수입니다.
독자의 불안을 어루만지며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반면 도올은 폭포수입니다. 제도와 관성을 흔들며 “깨어나라, 다시 보자”고 외칩니다.
둘은 서로를 보완합니다. 위로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고, 각성만으로는 마음이 지칩니다.
5. 한 걸음 더 : 독자가 따라할 수 있는 작은 실습
① 드 보통식 ‘불안 노트’
오늘 불안을 유발한 사건을 한 줄로 적고, 그 불안 뒤에 있는 기대를 적습니다.
이어서 “이 기대는 누구에게 배운 것인가?”를 묻고, 고전의 한 문장(좋아하는 작가의 구절도 가능)을 옆에 배치해 새 기준을 빌려옵니다.
② 도올식 ‘의심의 질문’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 규범 한 가지를 고르고, “누가 이득을 보는가?”, “노자/공자라면 뭐라 할까?”를 써봅니다.
마지막에 “내가 오늘 바꿀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을 적습니다. 질문은 현실을 새로 보게 하는 손전등입니다.
6. 알랭 드 보통과 도올 김용옥
구분 | 알랭 드 보통 | 김용옥(도올) |
---|---|---|
국적/배경 | 스위스 출생 · 영국 활동, 에세이·강연·영상 | 한국 출생 · 동양철학 연구, 강단·방송·공개강연 |
대표 키워드 | 연애·불안·직장·건축, ‘삶의 학교’ | 노자·공자·불교, 현실 비판·각성 |
스타일 | 차분한 설명, 심리의 번역가 | 직설과 논쟁, 각성의 촉매 |
철학 자원 | 주로 서양 고전(소크라테스~니체)과 현대 심리 | 주로 동양 사상(노자·공자·불교)과 한국 사회 |
목표 | 개인의 위로와 삶의 질 향상 | 사회 구조의 재사유와 비판적 시선 |
대중 반응 | “일상의 철학자”, 꾸준한 공감과 자기성찰 촉진 | “도발적 사상가”, 열광과 논쟁을 동반한 파장 |
7. 마치며..
“철학은 마음을 달래는 기술이자,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기술이다.”
알랭드 보통과 도올을 함께 읽을 때 우리는 두 기술을 동시에 얻습니다.
오늘의 나를 견디게 하는 힘, 내일의 우리를 바꾸게 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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