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삼석(모나미 창업자)과 마르셀 비크(BIC 창업자)의 실화
1945년 전쟁이 끝난 프랑스와,
1960년대 가난을 딛던 서울.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두 기업가가 같은 질문을 붙잡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펜을 만들 수 없을까?”

1. 전쟁 이후, 쓰는 자유를 되찾다 — 마르셀 비크
프랑스의 경영가 마르셀 비크는 전쟁 중 번지고 새는 만년필 때문에 계약서가 망가진 경험을 잊지 못했다.
그는 헝가리 발명가 라슬로 비로의 아이디어를 사들이고, 잉크 점도와 볼 사이 간극을 공업적으로 표준화했다.
1950년, 투명 육각 몸체와 금속 볼팁을 갖춘 BIC Cristal이 등장했고, 가격은 만년필의 1/10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줄을 섰고, 학교·사무실·가정의 풍경이 바뀌었다.
“완벽한 디자인은 가장 단순한 디자인이다.” — Marcel Bich
• 잉크 점도/볼 직경의 공정 표준화 → 번짐·유출 최소화
• ‘누구나 쓰는 펜’이라는 철학으로 세계 160개국 확산
2. 잉크 한 방울에서 시작된 한국의 꿈 — 송삼석회장
서울 종로의 작은 공장에서 물감과 크레파스를 만들던
송삼석회장은 1961년 일본 박람회에서 볼펜을 처음 보고 결심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손에 잉크 묻히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당시 한국에는 잉크 점도 기술도, 정밀 볼 가공도 거의 없었다.
그는 중고 설비를 사서 분해·조립하며 배웠고, 잉크가 새거나 막히는 실패를 수백 번 거듭했다.
마침내 1963년, 모나미 153이 탄생했다. 가격 15원, 세 번째 제품이라 ‘153’.
단순하지만 튼튼했고, 날씨 변화가 큰 한국에서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었다.
“비싼 펜보다 오래 쓰이는 펜이 진짜 펜이다.” — 송삼석회장
• 저가·내구성·보급성 중심 → ‘국민 볼펜’ 확립
• 광신화학에서 모나미로 사명 변경, 필기구 라인업 확장
3. 기술의 차이, 철학의 닮음
마르셀 비크는 공업 표준화와 자동화로 세계를 걸었고,
송삼석회장은 부족한 환경에서 손으로 기술을 길어 올렸다.
하나는 세계의 서류를,
하나는 한국의 노트를 채웠다.
한쪽은 풍요 속 단순함, 다른 쪽은 결핍 속 실용성.
그러나 두 사람의 도착지는 같다. “모두의 손에 닿는 펜.”
4. 마르셀비크와 송삼석회장
구분 | 마르셀 비크 | 송삼석회장 |
출발 배경 | 전후 프랑스, 번지는 만년필의 불편 | 전후 한국, 기술·설비 부족의 현실 |
대표 제품/연도 | BIC Cristal (1950) | Monami 153 (1963) |
핵심 기술 | 볼 직경/잉크 점도 표준화, 사출 일체화 | 유성 잉크 배합, 카트리지 압력·밀폐 설계 |
제조 전략 | 자동화·대량생산으로 균일 품질 | 국산화·부품 내재화로 원가 절감 |
브랜드 철학 | “단순함은 완벽함” — 모두의 펜 | “누구나 쉽게” — 국민의 펜 |
상징성 | 세계의 일상문화 아이콘 | 한국 근대 교육·기록 문화의 상징 |
“펜은 손의 도구지만, 결국 마음을 잇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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