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밥 대신 빵이, 국 대신 커피가 식탁에 오르며 사람들의 위장은 혹사당했습니다.
소화불량과 체기는 일상이 됐고, 약은 귀했습니다.
그 무렵 일본 오사카와 조선 서울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같은 마음을 품은 두 청년이 있었습니다.
야마자키 타다시와 민병호님
둘 다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 오사카의 청년, 향기로 위장을 달래다
야마자키는 위염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속이 편해야 사람이 편하다.”
그는 생강·감초·육두구·진피·회향을 배합해 밤을 새웠고, 약효와 함께 향으로도 위장을 달래려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가루형 위장약이 오타이산(大田胃散)입니다.
“이건 단순히 위를 고치는 약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향기다.”
1909년부터 오타이산은 일본 전역의 상비약이 되었고, 오늘까지 ‘생활 속 국민 소화제’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노인은 약국 문턱에서 “향만 맡아도 속이 풀린다”라며 웃었다고 전해집니다.
2. 종로의 약제사, ‘생명을 살리는 물’
종로 ‘동화약방’의 민병호님 (약명 민강)는 장터에서 쓰러진 행상에게 증류한 약을 건넸습니다.
진피·육계·정향·감초·창출을 우려낸 액상 소화제였죠. 잠시 후 숨이 돌아온 행상은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건 생명을 살리는 물이네요.”
그 말에서 이름을 얻은 약—활명수(活命水)는 곧 조선의 상비약이 됩니다.
“약은 병을 막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근대 의약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그는 증류기를 개조해 약을 표준화했고 가난한 이에겐 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입소문은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3. 약으로 나라를 지키다 ― 독립자금 일화
1910년 국권을 잃은 뒤에도 민병호와 그의 집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는 약을 만들고 또 만들었습니다.
훗날 동화약방을 이은 가족은 활명수 판매 수익의 일부를 비밀리에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냈습니다.
연통 조직을 통해 임시정부에 전달됐다는 증언이 남아 있죠.
“약 한 병 값이 설렁탕 두 그릇이던 시절, 그 한 병이 나라의 꿈을 살렸다.”
유사품이 난립하자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니다”라는 캠페인으로 브랜드를 지킨 일화도 전해집니다.
약방의 셈본에는 ‘별표(★)’가 찍힌 항목이 있었는데, 그 옆에는 간단히 “전달”이라고만 적혀 있었다고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4. 같은 마음, 다른 길
야마자키는 서양 약학에 전통 생약을 더해 생활의 과학을, 민병호는 한의 지혜와 증류기술로 인간의 숨결을 살렸습니다. 길은 달랐지만 핵심은 같았습니다. “속이 편해야 사람이 행복하다.”
비교 항목 | 야마자키 타다시 (일본) | 민병호 (조선/한국) |
---|---|---|
대표 제품 | 오타이산(大田胃散) · 가루형 | 부채표 활명수(活命水) · 액상형 |
주요 성분/기술 | 생강·감초·진피·회향·육두구 / 배합·향 | 진피·육계·정향·감초·창출 / 증류·표준화 |
핵심 철학 | “위장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 | “생명을 살리는 물.” |
사회적 의의 | 생활 속 국민 소화제의 원형 | 근대 의약의 시작, 독립운동 후원 |
오늘의 의미 | 향과 사용성을 갖춘 일상의 위로 | 회복과 연대의 상징, 전통과 현대의 연결 |
5. 한 세기를 넘어, 여전히 사람 곁에
오늘도 일본 가정엔 오타이산이 향기로 일상을 ,
한국 약국엔 부채표 활명수 한 병의 물로 생명을 그리고 나라의 희망까지 살려냈습니다..
세월이 변해도 우리가 이 약을 찾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속이 막히고, 속이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
약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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