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말 독일, 프리드리히 니체는 전 유럽의 가치관을 뒤흔든 선언을 했다.
“신은 죽었다!” 이 외침은 단순한 무신론이 아니라, 기존의 도덕·종교·권위가 더 이상 인간을 지탱하지 못한다는 시대 진단이었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를 넘어서는 초인(Übermensch)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하고 익숙한 틀을 부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존재 말이다.
한 세기가 지난 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기존 질서를 뒤흔든 한 시인이 있었다. 바로 김지하다.

1. 니체 – 가치의 파괴자, 그리고 창조자
니체(1844~1900)는 병약한 몸과 고독한 정신 속에서도 유럽 철학의 판도를 바꾸었다.
그는 기독교 도덕이 인간의 생명력을 억압한다고 비판했고, 대신 힘과 창조성을 긍정하는 새로운 가치를 세우려 했다.
그가 말한 “예술적 삶”은 단지 예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니체는 학문적 논문보다 시처럼 압축된 문장과 비유로 사상을 전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학서이자 시집 같은 형식을 띠고, 그의 문장은 칼날이자 예언처럼 읽힌다.
“나는 내가 던지는 말을 내가 먼저 맞는다. 살아남으면, 다른 사람도 들을 준비가 된 거다.”
이 말처럼 그는 자기 사상을 스스로 시험대에 올린 후 세상에 던졌다.
2. 김지하 – 시로 저항한 목소리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김지하는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권력을 향해 시를 던졌다.
대표작 〈오적〉은 부정부패한 권력층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그를 단숨에 한국 문단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대가는 혹독했다. 투옥, 고문, 사형선고까지 겪었지만 그는 시를 멈추지 않았다.
“왜 이런 위험한 시를 썼나?”
“위험한 세상이니까요.”
그의 시는 니체처럼 삶과 투쟁이 맞닿아 있었다.
불교·민중사상을 결합해 “억압을 넘어서는 생명의 힘”을 노래했고, 감옥에서 쓴 〈타는 목마름으로〉는 민주화를 향한 갈망을 온몸으로 토해낸 작품이었다.
3. 공통점 – 부수고 새로 세운다
니체와 김지하는 서로 다른 시대·대륙에서 살았지만, 둘 다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려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니체는 기독교 도덕과 서구 형이상학을 해체했고,
김지하는 권위주의 정치와 불의한 사회구조를 해체하려 했다.
또한 둘 다 문학적 언어를 무기로 삼았다. 니체의 문장은 철학을 시로 만들었고, 김지하의 시는 철학처럼 날카로웠다.
두 사람은 체제의 비판자이자, 동시에 새로운 세상의 설계자였다.
4. 차이점 – 허무와 희망
결은 다르다.
니체의 철학은 ‘신의 죽음’ 이후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야 하는 차가운 허무의 심연에서 출발한다.
김지하는 민중의 연대와 생명 사상을 바탕으로 희망의 불씨를 지피려 했다.
니체가 고독 속에서 초인을 말했다면, 김지하는 함께 부르는 저항의 노래를 택했다.
5. 니체 vs 김지하
시대/배경 | 1844~1900, 19세기 유럽 | 1941~2022, 군사정권 시절 한국 |
대표 무기 | 철학(아포리즘) | 시(풍자·비유) |
대표 도전 | 종교·도덕 가치 체계 | 권력자·부패 구조 |
상징 문장 | “신은 죽었다” | “침묵은 공범이다” |
운명 | 사회적 고립과 정신질환 | 투옥·감시 속에서도 창작 |
공통점 | 불편한 진실 폭로, 시대의 금기 깨뜨림 |
5. 결론
김지하의 시는 권력 앞에서 침묵하는 다수에게, 니체의 문장은 자기 생각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날아든 경고장이었다.
두 사람은 편안함과 안전을 버리고 언어로 세상을 흔들었다.
“당신은 지금,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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