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유배지에서 500권이 넘는 책을 썼고, 한 명은 극장을 운영하며 시와 광학을 동시에 연구했다.
한 명은 백성을 위한 행정을 설계했고, 다른 한 명은 인간의 감정을 철학으로 녹여냈다.
조선의 정약용, 독일의 괴테.
이 두 사람은 시인도, 과학자도, 정치가도, 개혁가도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문명 너머를 설계한 천재들이었다.
1. 유배지에서 나라를 그린 사람, 정약용
조선 후기. 천주교 탄압으로 정조가 세운 개혁의 불꽃은 꺼져가고 있었다.
그 시기, 남쪽 강진으로 귀양 간 한 사내는 조용히 붓을 들었다.
그가 바로 다산 정약용.
그는 외롭지 않았다. 밤이면 마을 소년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낮에는 논두렁을 돌며 농법을 살폈다. 그리고 밤마다 글을 썼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행정, 형벌, 제도, 윤리… 조선의 뼈대를 다시 그리는 작업이었다.
일화 하나. 마을의 어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왜 이렇게 많은 책을 쓰세요?”
정약용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못 써도, 언젠가는 읽을 사람이 있을 것이니라.”
그는 단지 글을 쓴 게 아니라, 나라를 다시 디자인한 사람이었다.
2. 시로 철학을 말한 사람, 괴테
괴테는 시인이자 행정가였다. 그는 바이마르 공국의 내무장관으로 일하며 수도 시스템과 극장 운영을 맡았다.
그러면서도 『파우스트』를 쓰고, 광학 실험을 하고, 식물의 변태론을 연구했다.
그의 하루는 극장에서 연극을 연출하다가, 돌아와 문학과 과학 논문을 쓰며 마감됐다.
일화 하나. 그가 74세 생일을 맞이했을 때, 한 기자가 물었다.
“괴테 선생, 아직도 일합니까?”
괴테는 말했다.
“나는 생애 마지막 문장을 아직 완성하지 않았다네.”
그 문장은 82세에 완성된 『파우스트 2부』였다. 괴테는 철학자, 시인, 과학자, 정치인으로 살았고, 지식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었다.
3. 닮은 듯 다른 두 사람
항목 | 정약용 | 괴테 |
---|---|---|
시대 | 조선 후기 (1762~1836) | 독일 계몽기~낭만기 (1749~1832) |
대표 분야 | 행정 개혁, 실학, 법률, 윤리 | 문학, 철학, 과학, 정치 |
대표작 | 『목민심서』, 『경세유표』 |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공통점 | 통섭적 사고, 실천적 지성, 시대의 설계자 |
4. 교훈: 책으로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나라를 고쳤고,
괴테는 시를 통해 인간을 통찰했다.
둘은 말한다.
“생각은 책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책은 곧 삶이 되고, 제도가 되고, 사람이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과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오히려 “사유하고 실천하는 통합형 인간”이 그리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정약용처럼 걸으며 생각하고,
괴테처럼 쓰며 실천하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오래도록 살아남는 이름입니다.
5. 마무리하며
정약용은 '민생의 철학자'였고, 괴테는 '존재의 시인'이었다. 서로 몰랐지만, 그들의 지식은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
괴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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