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꺼낸다.
지폐 속 인물, 신사임당. 어릴 적엔 그냥 ‘율곡 이이의 엄마’ 정도로만 알고 넘겼다.
오만 원 지폐가 나올 때 어떤 인물을 넣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얘기 들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고 나니, 그 이름이 다시 보인다.
단순히 자식을 잘 키운 정도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법을 보여준 교육자였구나 싶다.
(제가 신사임당의 아이 키우는 방식을 얘기하려는 것이지.
현대 부모의 교육방식은 각자의 몫이니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1. “ 空 (공-공허) 이란 무엇인가요?” ― 생각을 가로막지 않은 어머니
일곱 살 율곡 이이가 어느 날 “세상은 공허하다”는 글을 지어 어머니께 드렸다.
보통 부모였다면 “그런 소리는 어디서 배웠니?”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생각보다는 교과서적인 충실한 답변을 원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신사임당은 그러지 않았다.
“너는 벌써 이런 걸 고민하니 대단하구나. 이 개념은 깊이 공부해야 한단다.”
틀렸다고 자르지 않고, 더 깊이 생각하게 유도했던 것이다.
그 한마디가 아이를 평생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2. 책상보다 자연으로 데려가다
신사임당은 자연 속에서 교육했다. 꽃과 풀, 곤충을 함께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리며 세상의 섬세함을 아이의 눈에 담아주었다.
아이가 앉아 글만 쓰는 걸 원하지 않았다.
몸으로 보고, 손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는 교육을 했다.
그 결과, 율곡 이이는 지식뿐 아니라 감수성과 관찰력까지 가진 어른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자연 체험 한번 하려면 예약부터 대기번호까지 긴장감이 넘친다.
사진은 많이 찍지만, 그 시간 아이 눈에 자연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는 가끔 놓치기도 한다.
3. 존댓말로 아이를 키우다
신사임당은 아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썼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공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도 하나의 인격”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행동이었다.
아들에게도 예의를 갖추며 말했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익혔다.
그래서 율곡은 어른이 된 후에도 남을 비난하거나 함부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반성해 보면, 우리는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해!”, “몇 번 말했어?”라는 말을 참 쉽게 뱉는다.
급하고 바빠서 그렇지만, **말투 하나가 아이의 자존감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4. 공부보다 ‘사람’을 먼저 본 교육
신사임당은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랐을까? 성리학자? 관직자? 천재? 아니다.
겸손하고 도리를 아는 사람. 그래서 아이가 너무 공부에 빠져 건강을 해칠까 걱정했고,
집안이 넉넉해도 검소한 삶을 가르쳤다.
실력보다 마음을 먼저 본 교육. 지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시선이다.
5. 비교표: 신사임당 vs 현재의 부모
항목 | 신사임당 | 현대 부모 |
---|---|---|
생각 존중 | 틀렸어도 격려 | 정답 중심, 실수엔 지적 |
교육 공간 | 자연, 일상 | 학원, 온라인 콘텐츠 |
훈육 태도 | 말투부터 존중 | 감정 따라 말할 때 많음 |
교육 목표 | 사람다움 | 행복 + 경쟁력 |
6. 마무리하며
신사임당은 붓으로 자식을 키웠고,
우리는 스마트폰 사진(일상생활, 학원문자, 성적 등등)으로 아이의 하루를 기록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이러한 질문을 다시 꺼낼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신사임당을 꺼내서 그분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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