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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과 한강, 한강 너머에서 만난 두 여인 고요한 밤, 누군가의 시를 읽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젖는다.그건 단지 단어가 슬퍼서가 아니라, 단어 사이에 숨어 있는 삶의 결이 깊어서다.그런 시를 쓰는 두 여인이 있다. 하나는 조선 중기, 이름도 지우고 싶었던 시대의 여인, 허난설헌.또 하나는 현대 서울에서 소설과 시를 넘나들며 고요한 파장을 일으키는 작가, 한강 이 두 여성은 서로 400년의 시간을 두고 있지만, '한강처럼 흐르는 고통과 아름다움'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맞닿아 있습니다. 1. 허난설헌 – 꽃 피우지 못한 재능의 안타까움조선 중기,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허난설헌(1563~1589)은 일찍이 뛰어난 문재(文才)를 드러냅니다. 불과 8살에 한문 시를 짓고, 오빠 허균(『홍길동전』의 저자)과 함께 집안에서도 천재로 인정받았죠. 하지만 그녀.. 2025. 6. 21.
이강운과 파브르 – 곤충을 존중한 두 명의 관찰자 곤충을 무섭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누군가는 그 곤충을 평생의 친구이자 선생님처럼 바라보며 살았다. 바로 한국의 이강운, 그리고 프랑스의 파브르다. 이 둘은 시대도, 나라의 언어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곤충을 사랑했고, 그들의 삶을 관찰했고, 기록했고,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1. 이강운 – 한반도의 나비를 기록한 사람이강운은 한반도 나비의 거의 전부를 직접 채집하고,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겼다.그는 수십 년 동안 전국을 돌며 나비를 찾았다.때로는 절벽 끝에서, 때로는 강가에서, 그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나비에게 다가갔다. “나비를 보기 위해선, 내가 먼저 조용해져야 한다.” 그는 곤충을 해부나 분석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나비와 ‘같은 속도’로.. 2025. 6. 20.
율곡 이이와 이어령, 시대를 건너는 지성의 만남 한국 지성사의 별, 이이(율곡)와 이어령. 400년이라는 시간의 강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두 사람은 모두 그 시대를 가장 깊이 사유하고, 가장 멀리 내다보았던 사람들입니다.1. 율곡 이이: 시대의 모순을 꿰뚫은 조선의 정책 설계자 율곡 이이는 9살에 격몽요결을 써내고, 13살에 성균관에 입학하며 이미 천재라 불렸습니다.하지만 그는 단지 신동에 그치지 않았습니다.전쟁을 예견하며 10만 양병설을 주장했고, 부패한 유교 질서를 개혁하려는 성학집요를 집필했습니다.그의 글에는 항상 현실의 고뇌가 담겨 있었습니다."공자의 도는 사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삶 속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사상과 정책이 일상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죠. 2. 이어령: 전통과 디지털 사이를 꿰뚫은 문화 해석자 이.. 2025. 6. 19.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같은 길, 다른 운명 우리나라어서 맥아더장군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통해 존경받고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장군이시다.그러나 깉은 시대를 살았던 아이젠하워 장군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존재했었다.1935년 필리핀 마닐라.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 군사 고문단의 수장으로 부임했고,그 곁엔 조용한 참모 한 명이 따라붙었다.그는 후일 세계사에 길이 남을 이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였다. 당시만 해도 그는 군 내부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장교였다. 맥아더는 이 젊은 참모의 재능은 높이 샀지만, 지도자로서는 부족하다고 여겼다.실제로 그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아이크는 똑똑한 친구지만, 카리스마가 없어. 정치도 못 할 거야.” 하지만 세상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2025. 6. 18.
박경리의 『토지』와 펄 벅의 『대지』, 땅을 말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 1960년대, 경상남도 통영의 한 골목길.손에 연필을 든 여인이 조용히 원고지를 채워나갔다그녀는 눈을 감고도 하동 평사리의 들판을 그릴 수 있었다. 그 들판에는 이름 모를 백성들이 숨 쉬고, 눈물 흘리고, 사랑하고, 또 죽어갔다.그 여인은 박경리였다. 시간은 조금 더 거슬러 1920년대 중국 장쑤성의 농촌.미국인 선교사의 딸이었던 펄 벅은 황토빛 흙길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자랐다.그녀는 동네 할머니들이 짓는 노래에서, 봄에 심는 씨앗에서, 장터에서 오가는 말들에서 중국 농민의 삶을 배웠다.펄 벅에게는 중국이 어쩌면 본래의 고향 같았다. 두 여성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지만, 모두 ‘땅’에서 이야기를 찾았다.하지만 그들이 ‘토지’를 이야기한 방식은, 단순한 배경 묘사 이상의 것이었다. 박경리에게 ‘토지.. 2025. 6. 17.
정약전과 다윈 – 섬에서 시작된 생명의 이야기 한 사람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바다를 바라봤고,다른 한 사람은 갈라파고스 섬을 항해하며 새를 관찰했다.조선의 정약전, 그리고 영국의 찰스 다윈. 둘은 과학자도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자연과 생명에 가까웠던 사람들이다. 1. 흑산도의 지식인, 정약전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된다.어디에 기대지도, 돌아올 기약도 없는 섬. 하지만 그는 절망하는 대신, 바다로 나갔다. “이곳에도 배울 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배우겠다.” 그는 어부들과 함께 고기를 잡고, 이름 모를 물고기를 뜯어보며 기록했다.입 모양, 비늘의 색, 서식 환경, 잡는 방법, 먹는 법까지...그는 그 모든 것을 백성의 말로 썼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자산어보』. 총 226종의 해양 생물을 다룬, 조선 최초의 민중적..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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