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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필과 벤저민 프랭클린, 두 시대의 개화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혁명이 시작되었다.”1896년 4월 7일, 조선 최초의 한글신문 《독립신문》이 인쇄소에서 막 찍혀 나오던 날이었다.인쇄기를 돌린 이는 바로 서재필. 조선에서 개화운동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탈출한 뒤, 미국에서 의사가 되어 돌아온 인물이다.그가 이 신문에 처음으로 적은 말은 이랬다. “백성이 알아야 나라가 산다.”그로부터 150년 전, 대서양 건너의 또 다른 식민지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이 비슷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그 역시 인쇄공이자 출판인이었고,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이라는 책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지식과 근면의 가치를 알리던 사상가였다. 1. 조선에서 필라델피아까지서재필은 조선의 양반 집안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가 택한 길은 유학이 아니라 혁명이었다.1884년 갑신.. 2025. 7. 18.
김만덕과 김창숙, 참된 책임의 이름- “노블레스 오블리주' 한 사람은 배고픈 이웃을 위해 쌀을 퍼주었고,또 한 사람 나라 없는 시대에 붓 대신 목숨을 걸었습니다.시대도, 성별도, 방식도 달랐지만 이들이 남긴 공통된 이름은 단 하나,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습니다. 1. 제주 여상인 김만덕, 재산을 쏟아부은 이유1795년, 제주에 큰 기근이 닥쳤습니다. 논밭은 말라붙고, 굶주림은 아이의 울음마저 멎게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관아는 속수무책이었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때, 한 여인이 조용히 관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제 쌀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녀는 김만덕, 평민 신분의 상인이자, 자신만의 손으로 재산을 일군 제주 최고의 부자였습니다. 어려운 삶 끝에 객주와 숙박업으로 부를 축적한 그녀는, 아무도 나서지 않던 그 순간, 자신이 가진 전 재.. 2025. 7. 17.
신용호님과 마쓰시다 고노스케 이야기 - “사람을 만든다”는 두 기업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어서면 벽에 새겨진 문구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교보문고의 창립자' 신용호회장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산업에서 활동했지만 두 사람은 “사람을 기르는 것이 진짜 경영”이라는 철학에서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1. 병약했던 소년, 독서로 길을 열다.신용호는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나 정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폐병을 앓으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그는 침상에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을 바꾼 건 바로 ‘천일독서’.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의 길을 익혔습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역시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초등학교만.. 2025. 7. 16.
원효와 달라이 라마 – 자비와 화합의 길 “깨달음은 먼 데 있지 않다. 해골바가지 안에도 있다.” – 원효“내 종교는 친절입니다.” – 달라이 라마 하나는 천년 전 신라의 고승,다른 하나는 오늘날 전 세계가 존경하는 영적 지도자.시공간을 넘어, 두 사람은 똑같이 말합니다. “분열보다 화합을, 지식보다 자비를.” 1. 해골바가지 물 한 그릇의 깨달음 – 원효 이야기당나라로 유학을 떠나던 중, 원효는 어느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목이 말라 무심코 그릇 하나를 들어 물을 벌컥 마셨고, 감탄하며 잠이 들었죠.다음 날 아침, 그가 본 것은...“그 그릇은 해골이었고, 그 물은 썩은 빗물이었다.”원효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내 마음이 깨끗하니 더럽고 깨끗한 헛것이구나. 진리는 내 안에 있지, 저 먼 중국 땅에 있는 게 아니로다.”그는 .. 2025. 7. 15.
직지심경과 구텐베르크 성서 – 활자에 새긴 진리의 길 1445년경, 독일 마인츠의 인쇄소. 요한 구텐베르크는 단단한 납과 주석, 그리고 낡은 포도주 프레스를 개조해 세상에 없던 책 한 권을 찍어낸다.“성경을 읽을 수 없는 이들에게도 말씀을 전하자.” 그보다 78년 앞선 1377년, 고려 청주 흥덕사에서는 이보다 더 놀라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불교 경전 『직지심경』을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진리는 붓이 아닌, 쇳덩이 위에도 새겨질 수 있다.”1. 직지심경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줄여서 ‘직지’. 이 책은 고려 우왕 3년(1377),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 내용은 불교의 핵심을 요약한 수행 지침서다.놀라운 점은 이것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것. 구텐베르크 성경보.. 2025. 7. 14.
정몽주와 토머스 모어 – 신념을 지킨 두 지성 "이 봄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나는 국왕에게 충성했지만, 먼저는 신과 양심에 충성했습니다.”어느 날, 고려의 선죽교 위에서 한 남자가 칼에 쓰러졌습니다.500년 뒤, 런던의 단두대 위에서도 또 한 남자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정몽주, 그리고 토머스 모어. 시대를 초월해 마주 선 두 사람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지킬 게 있다면, 목숨쯤은 별 거 아니다.” 1. 충절의 아이콘, 고려의 정몽주정몽주는 고려 말 최고의 성리학자였습니다. 외교, 시문, 정치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형 엘리트’였죠.그러던 어느 날, 급변하는 고려 말.이성계와 이방원이 새 왕조를 꿈꾸며 정몽주를 회유합니다.이방원의 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정몽주의 답: “이 몸이 죽고.. 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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