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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와 펄 벅의 『대지』, 땅을 말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 1960년대, 경상남도 통영의 한 골목길.손에 연필을 든 여인이 조용히 원고지를 채워나갔다그녀는 눈을 감고도 하동 평사리의 들판을 그릴 수 있었다. 그 들판에는 이름 모를 백성들이 숨 쉬고, 눈물 흘리고, 사랑하고, 또 죽어갔다.그 여인은 박경리였다. 시간은 조금 더 거슬러 1920년대 중국 장쑤성의 농촌.미국인 선교사의 딸이었던 펄 벅은 황토빛 흙길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자랐다.그녀는 동네 할머니들이 짓는 노래에서, 봄에 심는 씨앗에서, 장터에서 오가는 말들에서 중국 농민의 삶을 배웠다.펄 벅에게는 중국이 어쩌면 본래의 고향 같았다. 두 여성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지만, 모두 ‘땅’에서 이야기를 찾았다.하지만 그들이 ‘토지’를 이야기한 방식은, 단순한 배경 묘사 이상의 것이었다. 박경리에게 ‘토지.. 2025. 6. 17.
정약전과 다윈 – 섬에서 시작된 생명의 이야기 한 사람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바다를 바라봤고,다른 한 사람은 갈라파고스 섬을 항해하며 새를 관찰했다.조선의 정약전, 그리고 영국의 찰스 다윈. 둘은 과학자도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자연과 생명에 가까웠던 사람들이다. 1. 흑산도의 지식인, 정약전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된다.어디에 기대지도, 돌아올 기약도 없는 섬. 하지만 그는 절망하는 대신, 바다로 나갔다. “이곳에도 배울 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배우겠다.” 그는 어부들과 함께 고기를 잡고, 이름 모를 물고기를 뜯어보며 기록했다.입 모양, 비늘의 색, 서식 환경, 잡는 방법, 먹는 법까지...그는 그 모든 것을 백성의 말로 썼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자산어보』. 총 226종의 해양 생물을 다룬, 조선 최초의 민중적.. 2025. 6. 16.
삼성 이병철회장과 조선 이방원,후계자 선택 이야기- 준비된 자에게 물려준 자리 역사는 때로, 자리를 차지한 자가 아닌 자리를 물려준 사람의 선택으로 방향을 바꾼다.조선의 왕권을 다진 태종 이방원과, 삼성이라는 기업 제국을 창조한 이병철.이 두 사람은 시대도, 분야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경험한 인생의 마지막 질문이 있다.바로 “누구에게 다음 세대를 맡길 것인가?”라는 물음이다.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 모두 ‘장남’이라는 전통적 질서보다 ‘가장 준비된 자’에게 미래를 맡겼다는 사실이다. 그 선택은 조선과 삼성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었다. 1. 이방원, 셋째 아들에게 조선을 맡기다이방원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었다.그는 아버지의 왕위 계승 구도에 불만을 품고, 형제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 끝에 왕좌를 차지했다.이른바 ‘왕자의 난’은 조선 초기 최대의 권력 투쟁이었.. 2025. 6. 15.
윤동주와 RM – 이야기로 시대를 껴안은 청년들 오늘 언론을 통해 BTS RM(김남준)이 군대를 전역한다는 기사가 매체를 통해 접했다. 세계적인 K-Pop 별(스타)가 군대 입대후 전역을 했다는 얘기는 한국이리는 나라가 아니라면 접하기 힘든 기사일 것입니다. 문득 이때 RM과 함께 스쳐지나가는 "별헤는 밤"의 시인이 생각난다. 1941년,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던 시절.한 청년이 도쿄의 하숙방에서 시집 한 권을 몰래 묶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윤동주, 시집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시대였기에, 그는 시로 저항했다. 그리고 80년이 흐른 2018년, 또 한 명의 청년이 뉴욕 UN 본부의 연단에 섰다. 그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그 순간, 그는 말했다. “당신 .. 2025. 6. 14.
김정호와 구글 지도, 두 개의 지도가 안내한 길 “지도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길을 여는 일이다.” 조선 후기, 한 사내가 등에 두루마리처럼 말린 종이 다발을 짊어지고 궁궐을 찾았다.“이게 모두 지도요?” 사람들이 묻자,그는 말없이 그것을 풀어 바닥에 펼치기 시작했다. 가로 4미터, 세로 6.7미터, 총 22폭 조선 전역의 대작, 대동여지도였다. “걸었습니다. 백두대간을 따라, 물길을 따라...”그가 바로 김정호, 지도 하나에 평생을 걸었던 인물이다. 1. 대동여지도 – 걷는 마음으로 그린 세상김정호는 수십 년 동안 한반도를 발로 직접 밟으며 지도를 그렸다.산맥의 흐름, 강의 방향, 도로와 마을을 정확히 기록하며 지도를 통해 백성이 길을 잃지 않길 바랐다. “누구든 정확한 지도를 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2025. 6. 13.
김만중과 크리스토퍼 놀란 – 꿈으로 현실을 말한 두 이야기꾼 학창 시절 고전을 배울 때 '구운몽'을 배우죠.그 당시에 읽을 때도 놀라웠는데 지금으로 생각하면 조선시대 SF판타지 소설입니다.1687년, 조선의 한 유배지. 김만중은 외로운 바닷가에서 어머니를 위한 소설을 집필한다. 그는 한 승려가 꿈속에서 벼슬과 사랑을 경험하고, 결국 그 모든 것이 허망한 것이었음을 깨닫는 이야기를 쓴다. 바로 조선 최고의 몽환소설, 『구운몽』이다. 그리고 2010년, 할리우드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전 세계 관객을 혼란에 빠뜨릴 영화를 내놓는다. 한 남자가 타인의 꿈에 침투해 생각을 조작하고, 꿈속에서 또 다른 꿈으로 내려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당신이 지금 꾸고 있는 꿈은, 당신의 것이 아닐 수 있다.” 바로 『인셉션』이다. 1. 김만중 – 유배.. 202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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